되는 기업엔 ‘문화’ 가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은 2004년 황창규 사장 취임을 계기로 신반도체문화를 '디지털 유목민문화'로 규정하고 기업문화 개선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황 사장은 "성을 쌓는 자는 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면서 기동성을 추구하는 기업문화를 임직원들과 공유하기 위해 팀단위 맞춤형 활동 설계, 문화 개선에 대한 과학적 측정, 현장 우수사례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의 활동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GE의 '유기적 성장 문화', 사우스웨스트의 '가족주의 경영', P&G의 '여성중심 문화' 등 선진 글로벌 기업들이 일찌감치 기업문화 만들기에 성공한 것처럼 국내에서도 좋은 기업문화 만들기 바람이 서서히 불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이 아닌 '문화를 파는 기업'을 기업이미지로 심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전략적 방향으로 '아시아의 미 창조자(Asian Beauty Creator)'를 공표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비전공유를 위한 사내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벤처기업들이 모인 대덕밸리에서는 업무에 대한 열정과 개인성장을 함께 추구하는 '샐러던트(Saladent:샐러리맨과 학생을 뜻하는 스튜던트의 합성어) 문화'를 지향하고 있다. 대규모 자원과 네트워크가 부족한 중소·중견 기업의 경우 직원의 경쟁력이 곧 회사의 경쟁력이어서 업무와 학업 추구간의 벽을 낮췄다. 특히 위성안테나 제조·판매 업체인 위월드는 직원들의 교육결과를 학점화해 소정의 학점을 이수하지 않으면 아예 연봉협상 자체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업문화의 중요성이 국내에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부터. 영미식 성과주의 경영시스템이 도입되는 과정에서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충성심을 근간으로 한 전통적인 기업문화에 균열이 생기면서 조직문화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기업문화 만들기 시도가 일기 시작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9일 '좋은 기업문화만들기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국내 움직임을 소개했다. 연구소는 그러나 글로벌 선진기업에 비해 아직 국내에서는 최고경영자(CEO)들의 관심이나 체계적인 변화노력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김은환 수석연구위원은 "성공적으로 좋은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문화를 브랜드로 키워낼 수 있어야 하며 진행과정에서 CEO들의 추진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그러나 밀어붙이기식이 아니라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P&G의 경우 2000년 6월 취임한 A G 래플리는 전임 CEO인 더크 재거가 무리한 개혁으로 1년만에 퇴진한 데서 교훈을 얻어 변화속도를 조절하고 임직원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방법으로 혁신에 성공했다.

손영옥 기자 yosohn@kmib.co.kr
Posted by 멋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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